우아하고 유쾌하게 사는 별나라 책이야기
악당의 무게 본문
- 저자
- 이현
- 출판
- 휴먼어린이
- 출판일
- 2014.10.20
'한 학기 한 권 읽기'가 초등 교육과정에 실린 후, 고학년 도서로 빠짐없이 추천되는 책인 [푸른 사자 와니니]를 쓴 이현 작가의 다른 책. 강아지의 그림이 있는 표지와 '악당의 무게'가 잘 연결이 안되어 내용을 더 궁금하게 만든 책이었다.
옆구리에 붉은 색 스프레이가 뿌려져있고 털이 요쿠르트색인 떠돌이 개를 수용이는 산길에서 처음 만났다.
빨간색 스프레이 자국이 문신을 한 조폭 같아 친구 한주와 조폭이라고 장난 스럽게 부르다가, 무표정한 얼굴에 험상궂은 분위기를 풍기는 붉은 스프레이 자국, 어둔 숲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태도를 보며 수용이는 떠돌이 개에게 '악당'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산길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악당을 우연히 만나게 된 이후로 수용이와 악당에게는 친밀감이 생겼다.
수용이가 살고 있는 동네 뒷산의 성곽길로 들어서서 휘파람을 불고 있으면 악당이 나타나곤 했는데, 악당은 항상 2m쯤 떨어진 채 무표정하게 수용이 일행을 지켜볼 뿐이었다. 공격적이지도, 애교를 떨지도 않았다. 맛있는 갈비뼈를 들고 갈때에도 2m 그 이상은 다가오지 않았다. 떠돌이 개로 살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체득한 것은 아닐지. 경계와 친밀함을 악당은 딱 2m의 거리로 드러냈다. 성곽을 넘어오는 일이 없었던 악당이 성곽을 넘어 마을로 들어오고 황사장 아저씨를 만나 봉변을 당하다가 공격하 게 된 까닭도 마음으로 교감을 나누고 있었던 수용이가 감기 들어 며칠 악당을 찾아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말못하는 동물이지만, 다른 방법으로 마음을 전하려고 애쓴 흔적같이 느껴져서 마음이 더 애잔했다.
그런 악당이 황사장 아저씨의 목덜미를 물어서 황사장 아저씨는 병원에 입원하게 됐고, 경찰에서는 악당을 쫓고 있는데, 퇴원한 황사장까지 가담해 현상금 500만원을 걸고 악당을 잡으려 한다. 황사장이 악당을 발로 차고 때리면서 억지로 끌고 가려하니 악당이 어쩔 수 없이 공격한 것이라고 수용이는 용기를 내어 경찰서까지 갔지만 어찌됐건 사람을 공격한 개를 그냥 놔둘 순 없다는 말만 듣고 돌아온다. 잡히면 악당은 안락사당할 위기에 처했고, 그런 악당을 구출하기 위해 수용이는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악당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만다.
수용이가 악당을 구출하기 위해 애썼던 노력과 긴박한 순간들을 읽으며 덩달아 마음이 초조해졌다.
악당이 왜 황사장 아저씨를 물었는지 의문이었는데, 그 장면을 목격한 아빠를 통해 그때의 상황을 듣게 된다. 한 손으로 목덜미가 잡히고 우산으로 등짝을 맞으면서도 우는 소리 한 번 안내고 버티던 악당은 황 사장에게 구둣발로 옆구리를 세게 걷어차여 주저 앉고, 그런 악당이 다시 일어서면 황사장은 다시 발길질을하고, 위협하듯 으르릉 거렸는데도 황사장은 악당을 계속...
참으로 몹쓸 인간이다. 마누라도 복날 개 패듯 두들기는 사람이니 진짜 개는 오죽하겠나 싶지만, 황사장이 악당에게 가한 학대와 폭행의 문장들을 읽고 있자니 소설이긴 하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타자를 괴롭힌 사람들은 그에 맞는 대가를 치르게 됐으면 좋겠다.
시신을 수습해 화장해주신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건네받은 악당이 담긴 나무 상자를 들면서 수용이는 마지막으로 품에 안겼던 악당의 묵직한 무게를 떠올린다. 그 묵직했던 느낌이 사라지고, 가벼운 마음만 남은 것이 악당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아빠는 그렇게 말했다. 악당은 누군가를 기다리듯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동네를 기웃거리고 있었다고. 악당은 누구를 기다렸을까?
감기 때문에 열이 심해서 잠을 설쳤던 밤들이 생각났다."
책의 말미에 악당이 보여준 친밀감에 가슴이 불에 덴 듯 아팠던 수용이처럼 내 마음도 뜨워지면 눈물이 흘렀다.
악당이 학대 당하는 장면도 너무 속상했고, 떠돌이 개로 살아갔던 모습도 안쓰러웠는데,
수용이가 마음만 남은 악당을 마주하는 것처럼 우리 봄비도 만져볼 수 없고, 마음만 남게 될 미래의 어느 날이 벌써부터 슬퍼진다.
단단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 보려고 필사해 둔 김영하 작가의 글을 다시 꺼내 읽어야 겠다.

책을 다 읽고, 수북수북 독서모임도 마쳤는데, 마침 우리반 태희가 읽을 책 좀 추천해달라길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악당의 무게]를 빌려줬다.
다음날 태희는 오자마자 "선생님, 저 악당의 무게 읽고 너무 슬퍼서 울었어요. 올 해 읽은 책 베스트 3 안에 들어요."라며 감상평을 건네며 독서 노트에 기록한 것도 보여준다.
악당의 중의적 의미를 해석한 태희를 보며 꾸준히 책읽기의 힘이 얼마나 큰지 다시금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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